[에세이] 출근길, 재난의 시대에 삶을 가다듬는다
월요일 아침 7시 32분, 안양역 플랫폼. 주말의 달콤함은 순식간에 지나가고 어김없이 1호선 지하철에 몸을 싣습니다.
창가 너머로 익숙한 풍경이 스쳐 지나가는 동안, 휴대폰 화면에는 마음을 무겁게 하는 소식들이 가득합니다. 창녕의 기온이 41도까지 치솟았다는 폭염 소식, 지진 여파로 찌는 듯한 더위 속에서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일본의 피난민 소식까지. 세상은 늘 크고 작은 재난과 혼란으로 요동치고 있습니다. 그 안타까운 소식들을 접할 때마다 ‘삶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이 매일을 살아가야 하는가’ 깊이 되묻게 됩니다.
"잠시 후 7시 51분, 구로역에 도착합니다."
열차 안 안내 방송이 흘러나옵니다. 정해진 시간표에 맞춰 카운팅되듯 거쳐 가는 역사들. 어쩌면 우리의 삶도 저 단단한 선로와 닮아있는지도 모릅니다.
거대한 재난과 어려움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매일 정해진 궤도를 달리는 지하철처럼 묵묵히 나의 하루를 정돈하며 살아내는 것. 그것이야말로 삶을 가다듬는 삶의 방식일 것입니다.
세상이 어지러워도 마음의 중심을 바르게 잡는다는 구중심처(矩中心處), 그리고 편안한 일상 속에서도 세상의 시련과 위험을 잊지 않는다는 거안사위(居安思危)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오늘 아침 출근길은 단순히 나만 무사하다는 안도감이 아니라, 세상의 아픔을 되돌아보며 스스로의 삶의 태도를 바로잡는 작은 성찰의 시간이 되어줍니다.
평소 같으면 숨 막힐 듯 답답했을 지하철이지만, 다행히 휴가철이라 조금의 한산한 여유가 느껴집니다. 에어컨에서 흘러나오는 서늘한 바람이 만석의 열차 속 입석자들에게도 작게나마 숨골을 터어줍니다.
지나가는 역사들을 하나씩 세어보는 이 짧은 순간. 시원한 공기와 함께 찾아온 뜻밖의 여유가 오늘 하루를 살아낼 든든한 에너지가 되어줍니다.
어지러운 세상 소식에 마음이 흔들릴 때일수록 내 삶의 자리를 차분히 가다듬어 봅니다.
오늘 하루도 각자의 선로 위에서 마음의 중심을 잡고 묵묵히 달려가는 모든 이들의 출근길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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